감성 이야기 88

2010. 10. 1. 23:01 | Posted by 그날엔그대와


부끄럼을 잘 타던 총각은
품안에 있던 것을 순식간에 입에 넣어주고 가더니,
수줍음 많은 아가씨는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입에 넣어 주고는
무슨 미련으로 놓지 못하고 있는지.
한동안 먹지를 못해 죽어 나가는 친구들이 너무나 많구나.
/우체통
 




할머니를 위해 담배 피는 호랑이와 구미오를 드리고,
할아버지의 빈 지게를 언제나 가득차게 해드렸지.
동네 아이들에게는 놀이터가 되어 주기도 했지.
그런데 요즘은 주는 것도 별로 없는데
골프공을 받기만 해서 미안하단 말이야.
/숲


감성 이야기 87

2010. 10. 1. 22:56 | Posted by 그날엔그대와


높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은
지난여름의 흔적들을 태우고 떠날 여객선.
그들이 떠나고 나면 수북하게 쌓이는
낙엽으로 만들어진 승차권들.
그리움이 되어 버린 승차권을 만드는 나는
세 번째 승무원.
/가을





인생의 나이테 이며, 해와 달의 출석부다.
화장실에서는 제2의 삶을 산적도 있지만
아쉬운 숨소리와 함께 뜯기는 아픔도 있다.
그래도 가족들의 생일을 적는 사람이 있어서 행복하다.
그날이 되면 제일 먼저 내가 축하해 준다.
/달력







감성 이야기 86

2010. 9. 22. 23:23 | Posted by 그날엔그대와



홀로 울지 못하는 설움을 담아
그대 가슴에 전해지는 울림이고 싶다.
/종소리





추운 겨울 이른 새벽에
언 손을 녹여 가며 퍼 올리다가
서러운 눈물 한 방울 내게 떨어지는 날에는
나 또한 눈물을 흘린다.
나에게 비친 너의 얼굴은
엄마의 얼굴이라 생각하고
동네 아낙네들과 함께 와서
빨래방망이 질에 푸념 가락 넣고 두들겨라.
/우물








감성 이야기 85

2010. 9. 22. 23:19 | Posted by 그날엔그대와



고랑이 아니다.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다.
검버섯은 자란다고 비아냥거리지 마라.
너에게 들려 줄 이야기 보따리의 주름이며,
나를 피해가지 못한 시간의 보금자리다.
/주름살
 




바람이 불어도 나의 열기를 식힐 수 없고,
태양의 뜨거운 열기도 나를 지치게 하지 못한다.
너희들의 수고는
모래알이 속에 담고 있는 의지 조차도 바꿀 수가 없다.
/사막







감성 이야기 84

2010. 9. 22. 23:14 | Posted by 그날엔그대와



내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거든 고개를 숙여라.
뻣뻣한 몸으로는 너에게 내 줄 것이 하나도 없다.
가진 것 없이 왔으니 욕심도 없고, 숨김도 없다.
그래도 처음 그대로 주지 못하는 것은
엄마가 동생들 몰래 새벽에 넣어준 따끈했던 계란.
/서랍





당신의 제일 위에서
먼 곳을 보기 위함이 아닙니다.
하늘에게 당신이 이 곳에 있음을
바람의 힘을 빌어 알리려고 합니다.
눈부신 피부에 내 눈이 멀고
당신의 숨결에도 나는 힘을 잃습니다.
말이 없는 나,
당신에게 그늘이 되어드립니다.
/머리카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