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과 창작'에 해당되는 글 6

  1. 2010.05.25 고슴도치 코리 6
  2. 2010.05.14 나무 위의 작은 둥지 #나작둥_ 2
  3. 2010.05.12 무제 2
  4. 2010.05.10 여행길 2
  5. 2010.04.23 봄비와 아이 2

고슴도치 코리

2010. 5. 25. 00:02 | Posted by 그날엔그대와

퇴근하고 돌아와 보니 아들이 일찍 잠들어 있어서 아쉬운 마음에 트위터에 썼던 글입니다.
        

                   고슴도치 코리  
 

                

어두워진 방 안에는 재원이가 가지고 놀던 블럭들이 상자에 담겨져 있네요.
부시럭 부시럭.
소파 밑에서 소리가 들려왔어요.

자그마한 코에 몸에는 가시들이 소곳소곳.
고슴도치 코리에요.

밤이면 소파에서 나와 재원이의 블럭 상자에 들어가서 멋진 집을 만들어요.
하지만 한 번도 들킨 적이 없었어요.
코리는 해가 뜨기 전에 소파 밑으로 들어가거든요.
오늘은 2층집을 만들었어요.
1층은 코리의 집이고, 2층은 재원이를 위해 만들었어요.

그런데 큰일 났어요.
재원이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문을 열고 나왔어요.
코리는 얼른 1층집에 숨었어요.
'쿵쾅쿵쾅'
재원이의 발자국 소리 일까요?
아니에요. 코리의 심장 뛰는 소리였어요.
잠시 후 재원이는 화장실에 갔다가 블럭이 있는 방 앞을 지나고 있었어요.
떨그럭.
블럭 한 개가 그만 툭 떨어졌어요.
코리는 울상이 되었어요.


고개를 돌린 재원이의 눈이 커졌어요.
엄마랑 상자에 담아 놓은 블럭들이 멋진 2층집이 되었거든요.
"엄마~" 재원이는 너무 놀라서 엄마한테 달려갔어요.
코리도 뛰기 시작했어요.
이리 쿵 저리 쿵.
앞이 잘 보이지 않은 코리는 여기 저기 걸려 넘어졌어요.


엄마의 손을 잡고 돌아온 재원이는 2층 집을 손으로 가리켰어요. 
엄마는 신기한 듯 고개를 갸우뚱. 
재원이는 너무 놀라 입이 쭈욱.
소파 밑에서는 코리의 코가 벌렁 벌렁.
그날 밤 재원이는 2층집에서 재미있게 노는 꿈을 꾸었답니다.



*추가내용 - 아들을 무릎에 앉혀 놓고 읽어 주었습니다.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글이 마냥 신기해 하며
                  끝날 때까지 웃으며 듣네요.
                   코리 2탄을 주문하면서 자러 가는 아들 재원이.
                   내용 고민 중^^

나무 위의 작은 둥지 #나작둥_

2010. 5. 14. 01:31 | Posted by 그날엔그대와

실험적인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트위터로 쓰는 140자의 글
짧은 글로 연재 형식으로 쓰기에는 쉽지가 않았습니다.
물론 글 쓰는 재주가 없는 게 제일 크지요.ㅎㅎ
글을 남기기 위해서 트위터에 쓴 글을 이곳으로 옮겨 왔습니다.


나무 위 작은 둥지  - 줄여서 #나작둥_

나뭇가지로 얼키설키 엮겨진 틈 사이로 그림자가 휙 지나갔다. 그리고는 요란한 날개짓 소리가 들려왔다. 엄마와 아빠의 날개 소리가 분명한데 평소와는 다른 움직임이 느껴졌다. 갑자기 찾아 온 고요함. 그리고 어둠과 함께 뱀의 머리가 보였다. #나작둥_ 1

엄마~'쵸르르 츄-우츄-우,쵸르르 츄-우 츄-우~' 또 꿈을 꾸었구나.눈물 너머로 흐릿한 엄마의 얼굴이 보였다. 무슨 일이야?먹이 찾으러 나갔던 아빠도 울음 소리에 놀라서 돌아오셨다.또 무서운 꿈을..날개를 다쳐서 날지 못하는 엄마의 말 #나작둥_ 2

내 기억에는 없지만, 뱀이 먹이를 찾기 위해 우리 둥지로 왔고, 둥지 안에는 어린 내가 있었다고 했다. 엄마와 아빠는 필사적으로 뱀을 공격 했고, 그 때 일로 엄마는 날개를 다치고 말았다. 둥지 안에는 엄마와 점점 커가는 내가 있었다. #나작둥_ 3

비가 오던 날. 아빠는 작은 둥지 안으로 들어 오지 못하고 입구에서 비를 맞고 앉아 있었다. 내 몸은 하루가 다르게 커가면서 엄마는 점점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존재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하루라도 빨리 이 곳을 탈출하고 싶었다. #나작둥_ 4

아빠가 먹이를 물어오는 횟수가 줄어 들었다. 이제 날개짓을 하며 둥지 밖으로 나갈 때가 온 것이다. 나뭇가지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만을 보다가 내가 원하는 만큼 원하는 곳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준비, 출발 '쵸르르 츄-우 츄-우~' #나작둥_ 5

하늘 높이 날아 올랐다. 비좁아서 불편했던 둥지를 떨쳐버리고 싶어서 있는 힘껏 날아 올랐다. 나무 가지에 놓여있는 우리 집이 잠자리 머리 만큼이나 작게 보였다. 이제는 내가 떠나고 싶으면 언제라도 떠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작둥_ 6

태양이 노을에 걸려 힘겨루기를 할 때 슬슬 배가 고파오고 날개가 저려왔다. 이제 집으로 가야겠다. 한참을 멀리 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가는 시간은 금방이였다. 어 이상하네? 내가 없는 사이 아빠가 둥지 안에서 엄마랑 얘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작둥_ 7

엄마 이제 얘기를 할 때가 된거 아닌가요? 좀 있으면 떠날 텐데요. 헉! 엄마라고? 아빠가 엄마한테 엄마라고? 나는 다리의 힘이 풀려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럼 나한테 아빠가 없는거야? 그런거야? '쵸르르 츄-우 츄-우~' #나작둥_ 8

그랬었다. 뱀이 우리 둥지로 왔을 때 엄마는 날개만 다쳐서 둥지로 들어왔지만, 그 사고로 아빠는 돌아가셨다. 내가 알에서 태어나기도 전이였다. 엄마는 먹이를 구할 수도 없어서 나를 품을 수 없을 때 오빠가 온 것이였다. 지금까지의 아빠가. #나작둥_ 9

[최종회] 나는 그것도 모르고 엄마한테 짜증만 내고 하루라도 빨리 이 곳에서 떠나고 싶어 했었다. 엄마에게도 미안하고 오빠에게도 너무 미안하다. 이제는 내가 엄마의 엄마가 되는거야. 오빠 고마워.쵸르르 츄-우 츄-우 쵸르르 츄-우 츄-우 #나작둥_ 10



이렇게 10편입니다.

트윗님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4시간 정도 걸려서 썼습니다.
twtkr에서 쓰게 되면 더 많은 수의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에
내용의 전개에 있어서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140자 라는 틀에서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은 20자로도 좋은 글을 많이 올리시더군요.^^
다음에 좋은 글을 쓰게 되면 다시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무제

2010. 5. 12. 22:09 | Posted by 그날엔그대와

당신이 없으니 나를 반겨 줄 곳 없고,
당신이 없으니 내가 머물 곳이 없구나.
하얀 눈과 왔다가 봄 추위에 떨어진 꽃 잎 처럼 떠나간 당신.
말이 많아 귀가 아프다가 고요한 지금은 가슴이 아프다.


 

.

여행길

2010. 5. 10. 00:34 | Posted by 그날엔그대와

                 여행길                  
                                

    

공기가 깨끗하니 더 멀리 볼 수 있고,
물이 맑으니 더 깊은 곳까지 볼 수 있구나.
마음이 깨끗하면 눈을 감고도 볼 수 있고,
마음이 복잡하면 눈을 뜨고도 볼 수 없으니
많은 사람들이 한 곳을 바라보니
나는 행복하여라.

하늘에 떠가는 구름은 바람이 가는 곳으로 흘러가고,
우리가 갈 곳은 우리의 마음이 가는 곳이다.
모여서 노래하니 가는 길도 즐겁고,
물 한 모금 나누는 여행길 천리 길도 멀지 않구나.


 

봄비와 아이

2010. 4. 23. 12:00 | Posted by 그날엔그대와

봄비와 아이 


                                  


벚꽃 위로 떨어지면
가녀린 떨림으로 꽃눈이 되고,

진달래꽃 위로 떨어지면
수줍은 미소가 된다.

목련꽃 위로 떨어지면
부드러운 볼에 보조개가 되고,

개나리꽃 위로 떨어지면
동도동동 노래가 된다.


첨벙 첨벙 아이가 뛰어 다닐 때

콧잔등에 날라와 붙는 하얀 꽃잎

까르르 웃는 얼굴에는

보조개도 방긋 웃고,

따라나온 강아지도

신이 나서 첨벙 첨벙

노란 장화 위로 동도동동 비가 내린다.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