닦기 위해 태어났으니 부(不)드러워야 했다.
/행주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부터
하늘을 보는 날이 많아졌다.
어느 날 산 너머 지는 태양은
보내지 않으려는 구름을 위해
나를 붉게 물들이고,
밤이면 구름을 위로하게 했다.
/대추
이쁜 아가씨가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외출을 했다. 너무나 궁금해 하던 태양은 자꾸 고개를 숙였다. 턱이 땅에 닿으려고 할 때 보고야 말았다. 아가씨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수줍은 태양은 빨갛게 된 얼굴을 구름으로 가리고 숨어버렸다. |
작은 물방울이 하늘을 보면 하늘이 담겨 있고, 산을 보면 산이 담겨 있다. 하지만, 내 앞에 있는 물방울 속에는 네가 들어 있다. 내 눈물 속에는 언제나 네가 들어 있다. 웃고 있는 너의 얼굴 위로 눈물 한방울 다시 떨어진다. |
눈이 많이 내리던 날에 만든 자그마한 눈사람은 베란다에서 녹아 버렸지만, 지금은 그 자리에 수 많은 꽃들이 눈사람을 대신해 손을 흔들며 위로해 주고 있다. |
소금쟁이가 주인이 되어 버린 물이 담긴 절구통. 밤 하늘의 달도 절구통에 빠지고 나면 눈부신 태양이 된다. 소금쟁이가 지나고 나서야 아른아른한 달로 돌아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