닦기 위해 태어났으니 부(不)드러워야 했다.
/행주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부터
하늘을 보는 날이 많아졌다.
어느 날 산 너머 지는 태양은
보내지 않으려는 구름을 위해
나를 붉게 물들이고,
밤이면 구름을 위로하게 했다.
/대추
수줍음이 많은 별들은 밤이 되서야 이 땅에 내려왔다. 다시 긴 여행을 떠나기 전 잠시 머문 곳에 별들의 눈물이 남아있다. /이슬 |
울 누이 시집갈 때 쓰려고 심어 놓은 나무에 옆 집 누렁이가 오줌을 쌌다. 그 놈은 나의 발길질 맛을 봐야 했다. /누렁이 |
4B 연필이 좋다. 글을 쓰다가 너를 그릴 수 있어서 좋다. 4B 연필이 좋다. 너를 그리고 나서 사랑해 라고 쓸 수 있어서 좋다. |
평생 살면서 너의 몸 위에 오른 날이 오년이 넘었구나. 나 혼자 갖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오르는 걸 매일 밤 보아야 했다. /침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