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
이제 그만 아쉬워하고 서로 갈 길을 가거라.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서 기분 좋게 걷다가도
헤어질 때면
나를 원망하는 것 같은 이 분위기는 무어냐 말이다.
내 맘 같아서는 나의 몸 한쪽 잘라내어
같이 가게 해주고 싶다.
/길
바람 거세게 불어와 쓰러지고 말았다.
더 깊게 들어가지 못해 쓰러지고,
더 악착같이 움켜 잡지 못해 쓰러졌다.
미련 한 가닥 땅속에 묻었다.
/나무뿌리
아니다 아니다 바람의 심술이였다. 네가 떠나간 것은 바람의 심술이였다. 너를 붙잡기 위해 내민 손을 잡을 수 없어 흘리는 눈물을 보았다. 멀어진 우리들 사이에 무지개가 걸렸다. 소나무와 구름 사이에 무지개가 걸렸다. |
방역차가 흰 연기를 토해내며 골목골목을 다니고 있다. 어린 시절 참 많이도 쫓아 다닌 기억이 난다. 그러던 어느날 부터 연기가 독해졌다. 눈물도 나고 코도 매워서 따라다닐 수가 없었다. 그렇게 즐거운 놀이 하나를 잃는 순간이였다. |
깊은 산골짜기에서 불기 시작한 바람은 지난 밤 미처 걷지 못 한 그리움을 나부끼게 하고 있다. 비라도 내리면 묵직해진 그리움은 가슴을 억누르겠지만, 걷어 낼 수 없는 강한 매듭으로 묶여있는 그리움 |
멈추지 못해 일어나는 사고는 대부분 큰 상처를 남긴다. |
바람에 훨훨 날리는 우주를 보았다. 누구도 말해주지 않아도 단단한 몸 속에 신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비밀을 풀어내기 위해 땅으로 내려왔다. 물 한방울을 마셨다. 그리고는 우주를 토해낸다. 하나의 우주가 민들레 씨앗을 통해 세상에 나오는 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