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열이 나면 많은 것들을 상하게 만든다.
열고나서 생각하지 말고, 생각하고 나서 열어라.
오늘 밤도 몸을 생각해서 그냥 닫는 당신에게
얼음 한 알을 권한다.
/냉장고
내 속에도 길이 있다. 온기와 냉기가 있다.
사람들이 모르는 수만 가지의 향이 있다.
나에게 머물러 있는 이웃들의 향이다.
바람의 심술에도 보낼 수 없는 나의 마음이다.
오늘밤 별 빛이 담긴 향을 만든다.
/바다
시원한 매실차 한잔을 마신다. 자그마한 얼음마저 깨물어 먹고 나면 빈 컵에 맺힌 물방울들이 한 때는 차가웠었노라고 말한다. |
아들의 작은 입이 사과를 하나 넣을 수 있을 만큼 크게 벌리며 하품을 한다. 그런데 나의 입은 왜 벌어지고 눈물은 찔끔 나오는지. 하품의 전염은 나이를 불문하는구나. |
냇가에서 놀던 피라미들이 빗소리에 신이 나서 입을 뻐끔뻐끔대며 단비를 마시다가 천둥 소리에 놀라 입을 쩍 벌리고는 수풀 사이로 숨어 버렸다. /천둥 |
투명한 유리컵에 투명한 얼음 몇 알을 넣고 냉수를 가득 담았다. 따닥 소리를 내며 얼음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같은 수도꼭지에서 나온 것 같지 않게 여름이면 얼음과 물의 쌈박질에 보고 있는 사람들의 속을 서늘하게 한다. |